[해안선]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by wbknd posted Sep 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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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앤피플] 권기정논설실장 | 2026-9-14 19:39

 

[해안선]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 전재수 부산시장을 두고 나오는 일간의 세평이다. 선거 전에는 “우선 중단”이었다. “전면 재검토”라고도 했다. “행정의 연속성”도 강조했다. 두 개의 문을 동시에 열어놓은 셈이다. 당선 뒤 무게 중심은 ‘연속성’으로 옮겨진 듯하다. 취임하자 “명분 없는 백지화는 없다”고 했다. “시민 의견수렴”이란 말도 따라왔다.

“재검토”라고 들은 것 같은데 사업은 그대로 진행된다. “말을 바꿨다”라고 꼭 집어 말할 순 없어도, 중요한 건 무슨 말을 더 크게 들려줬느냐다.

당선 후 온도가 바뀌었다. 6월 말 인수위원장은 전 당선인이 ‘폐기·축소’라는 말 자체를 극도로 꺼린다고 했다.¹ 폐기·축소를 검토한 정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 7월 시의회에서는 더 분명해졌다. 전 시장은 “명분 없이 전면 재검토하거나 백지화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² 대신 시민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백지화할 것은 백지화하겠다고 했다.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다고 했다.

선택지는 모두 열어놓고 책임질 결론은 뒤로 미루는 방식이다. 전형적인 ‘조건부 화법’, ‘조건부 정치’다.

대저대교가 대표적이다. 선거 때 전 후보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조건 미이행 사업은 공사 중지하겠다고 했다.³ 그리고 시정명령, 재검토 절차를 명확히 하겠다고 했다. 대저대교는 바로 환경 논란의 한복판에 있었다. 전 후보가 당선됐지만,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승인 과정과 생태조사의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다. 결국, 전 시장을 겨냥했다. 이들은 11일 전 시장이 사안을 방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바로 옆 엄궁·장낙대교 사업도 진행 중이다. 환경단체가 보기에 ‘우선 중단’이라는 선거의 말은 사라지고, ‘절차대로 추진’이라는 행정의 말로 대치된 셈이다. 

황령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보인다. 후보 전재수는 케이블카 개발에 ‘재검토·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시민단체는 이를 ‘재검토 약속’이라고 봤다. 그러나 취임 후에도 부산시는 사업 추진 의사를 보였다. 이기대도 도시생태축으로 보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목조전망대와 아트파빌리온 사업은 별개라며 진행한다. 퐁피두 분관은 선거 때 전면 재검토를 시사했다. 지금은 전문가 점검과 숙의 뒤 10월 결론이다. 100억원이 넘는 라스칼라 초청공연도 마찬가지다. 시민 토론과 여론조사를 거쳐 결정한다고 한다.

하나같이 선거 때는 선명했다. 당선 후엔 ‘재검토·숙의·절차’라는 완충지대가 생겼다.

왜 이럴까. 시장이 되고 보니 행정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일까. 전임 시정이 벌여놓은 사업을 뒤집을 실력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관료조직을 설득할 자신이 없는 것일까. 선거 때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말을 먼저 던진 것일까. 재검토한다는 말은 한다는 것인가, 안 한다는 것인가. 시민 의견을 듣겠다는 말은 결정인가, 결정의 연기인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달라진 것인지, 애초 마음은 하나였는데 말만 달랐던 것인지 시민이 묻게 됐다.

절차가 잘못됐거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이라면 중단·폐기·축소·보완이 옳다. 한데 처음부터 빠져나갈 문을 만들어 둔 것이었다면 유권자 기만이다. 그 속은 알 수가 없다.

출처 : 비즈앤피플(https://www.bizand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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