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함백산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영남지방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관통하여 부산에서 남해안으로 흘러드는 남한 최장의 강으로서, 그 길이는 약 510km에 이른다. 낙동강의 끝자락인 낙동강하구는 역사적으로 삼국시대인 기원 후 약 300년경에는 하나의 만이었으나, 이후 하천 상류로부터 운반되어 온 흙과 모래가 퇴적되면서 일대에 삼각주가 점차적으로 형성되었고, 넓은 김해평야가 생겨났다. 퇴적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전부터 강 중간에는 을숙도와 같은 하중도가, 남쪽 해안에는 진우도와 같은 모래섬이 형성되었다.
낙동강하구 북쪽의 대저수문을 기점으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낙동강 본류를 이루어 1987년에 완공된 낙동강하굿둑을 거쳐 다대포쪽에서 바다와 만나며,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서낙동강을 이루어, 일제시대인 1937년에 완공된 대저수문에서 녹산수문을 거쳐 바다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낙동강하굿둑과 녹산수문에 의해 상류에서 내려온 담수의 해양유입이 인위적으로 조절되고 해수의 역류가 차단됨으로써 담수와 해수가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하여, 낙동강하굿둑과 녹산수문 북쪽은 담수역, 남쪽은 불완전한 기수역으로 변화되었다.
낙동강 본류와 서낙동강 사이에는
낙동강이 운반해온 퇴적물로 약 60m의 두께를 갖는 삼각주 평야가 형성되어 있어 영남의 주요 곡창을 이루고 있다. 또한 낙동강 본류와 서낙동강에는 넓은 둔치와 하중도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남쪽의 해수역에는 여러 개의 연안사주(모래섬)가 자리하고 있고 갯벌이 발달되어 있다. 강변과 하중도, 그리고 연안사주의 곳곳에는 갈대숲이 넓게 분포해 있고 다양한 염생식물과 해안사구식물이 자리하고 있다.
낙동강하구는 상류로부터 끊임없이 공급되는 풍부한 영양물질과 시원한 여름과 겨울에도 잘 얼지 않는 따뜻한 기후조건, 기수지역의 풍부한 종 다양성과 높은 생산력,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과 대양을 잇는 지리적 이점까지 다른 어디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었다. 이러한 자연환경적인 조건과 지리적인 요건으로 인해 많은 종류의 철새들이 낙동강하구를 이용한다.
낙동강하구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1966년 낙동강하구 일대를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9호 1966년 문화관광부, 87.3㎢)으로 지정하였으며, 이후 특별관리해역(1982년 해양수산부, 741.5㎢), 자연환경보전지역(1988년 건설교통부, 52.7㎢), 습지보호지역(1999년 환경부, 37.7㎢) 등으로 지정하여 법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낙동강하굿둑 건설을 필두로 낙동강서쪽 지역에 공단, 주거단지, 다리, 항만, 경제자유구역 등의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법적 제도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급기야 2010년까지 약 30㎢에 달하는 문화재보호구역이 하굿둑, 다리, 도로, 항만의 건설, 공단과 주택단지 조성을 위한 갯벌 매립 등의 사유로 해제되었다.
낙동강하구의 급속한 도시화는 단지 갯벌의 절대면적 소실 뿐 아니라 다양한 교란(소음, 빛, 오염원 등)의 원인이 되었다. 이렇게 서식지가 줄어들고 환경이 나빠지면서, 한 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명성을 날렸던 낙동강하구를 찾는 철새들의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현재 낙동강하구에 도래하는 철새의 개체수는
1980년대 이전에 비해 약 10분의 1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환경부의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 자료(2010)에 의하면, 낙동강하구는 전국의 조류 사이트(Site) 중에서 개체수에서는 전국 5위권(46,664 개체), 종수에서는 단연 전국 1위(126종)를 차지하고 있어,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철새도래지 중 하나임을 보여준다. 낙동강하구 일원에서 더 이상의 개발을 중지하고, 행정당국과 부산 시민이 합심하여 현재의 자연환경만이라도 잘 보전하고 가꾸어 나간다면 낙동강하구에서 사람과 다른 생물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