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구역에서도 쫓겨나는 보호종

by wbknd posted Nov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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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구역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보호종, 쫓겨 다니는 낙동강하구 큰고니

새해 첫 일요일인 지난 6일, 철새도래지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낙동강하구(천연기념물 제179호)에서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II급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큰고니떼가 폭주하는 보트에 쫓겨 수백마리가 황급히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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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니떼 쪽으로 폭주하는 보트 ▲

 

(사)습지와새들의친구 조류조사팀이 문화재보호구역인 대저둔치 남쪽의 동편 수면부에서 먹이를 찾아 천천히 헤엄치고 있던 큰고니 무리를 관찰하고 있을 때, 인근 삼락둔치(삼락생태공원) 보트 계류장에서 출발한 레저용 보트 한 대가 방향을 바꿔가며 큰고니떼를 향해 돌진하였고 큰고니떼는 급하게 날아올라 남쪽으로 피신하였다.

 

새들이 나는 모습을 즐기기 위한 행동이었으나 큰고니는 날개 편 길이가 220~240센티에 이르는 대형조류로 수면부를 한참 달려 추진력을 얻어야 날 수 있어 충돌로도 이어질 수 있었고, 겨울철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렇게 도망가는데 에너지를 써버리게 되면 추위를 견딜 열을 만들 에너지가 모자라 그만큼 치사율도 높아지게 된다.

 

보트가 폭주한 지역은 주변의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교란이 적은 지역으로 평소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5백이 넘는 큰고니와 큰기러기들이 늘 휴식을 취하거나 채식하는 장소로 이용하는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핵심 지역 중 하나이다. 그러나 보호구역 내에 4대강사업의 하나로 레저용 보트계류장이 건설되고 수변부까지 산책길이 조성되면서 철새들의 서식 환경이 크게 악화되었다. 새들을 쫓은 보트는 보호구역 내를 4~50분 유유히 선회하다 다시 삼락둔치의 보트계류장으로 들어갔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임에도 무분별한 개발이 쉽게 허용되고, 일반 새들은 물론 보호종으로 지정된 새들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보호제도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건이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고니류는 혹고니, 큰고니와 고니 3종이 있으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은 큰고니이며 모두 천연기념물(제201호)과 멸종위기종(II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은 매년 겨울 평균 3천마리 정도의 큰고니와 고니가 찾아오는 우리나라 최대의 고니류 월동지이나 신항만과 을숙도대교 등 각 종 개발 사업이 이어지면서 이곳을 찾는 고니류는 최근에는 1천마리 대로 급감하였고, 고니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 마리도 관찰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부산시가 보호구역 내에 대저대교, 엄궁대교 등 10개 교량과 3개 내수면 마리나 건설을 본격 추진하고 있어 한국이 지닌 세계적 자연유산, 낙동강하구의 미래는 유사 이래 가장 암울한 상황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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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찾아 천천히 헤엄치고 있는 큰고니떼 ▲

 

물 위에 하얗게 보이는 점들이 큰고니떼다. 먹이를 찾아 평소 쉬던 곳에서 상당히 북쪽까지 올라왔다. 긴장하여 목을 모두 치켜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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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보트를 보고 놀라는 큰고니떼 ▲ 

 

갑자기 보트가 방향을 고니쪽으로 바꿨다. 고니들이 놀라 물 위를 마구 달리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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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 남쪽으로 달아나는 고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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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쪽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고니를 쫓은)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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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락둔치(삼락생태공원) 내 보트 계류장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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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가 이번에는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지금 보트가 다니고 있는 지역은 모두 철새도래지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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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보트가 지나가자 다시 내려 앉은 일부 무리가 긴장해 모두 목을 들고 있다. 아래, 해가 저물어져 가고 조금 안정을 찾은 고니들이 어두워져 수변쪽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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