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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낙동강유역환경청인가?

- 105일의 농성을 접으며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기후파괴 시대.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는 지구평균 기온 1.5도 상승이 길어야 5년여 앞으로 다가온 시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사라지는 시대. 급박한 목소리로 과학자들이 인류의 멸종을  경고하는 시대입니다.

 

더 이상의 자연파괴는 곧 파멸이기에, 지난 10월 27일,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멸종위기종 큰고니 핵심서식지를 관통하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의 공정 평가를 촉구하며 농성을 시작했고 오늘이 105일째입니다. 

 

지난 2021년 6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부산시의 대저대교 원안노선에 대해 ‘멸종위기종 큰고니의 핵심서식지를 파편화하여 안정적 서식을 저해하니 대안노선을 택해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부산시가 제출한 환경평가서가 거짓부실로 드러난 뒤, 환경청이 주관한 대저대교 노선선정을 위한 공동조사협약에 의해 부산시와 시민행동 조사원들이 2020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모두 60회에 이르는 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국가전문검토기관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검토하여 내렸던 결론입니다.

 

그런데 지난 1월 17일, 환경청은 멸종위기종 큰고니의 핵심 서식지를 훼손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는 부산시의 원안노선 대저대교 건설계획이 담긴 환경영향평가서를 그대로 받아들여 대저대교 건설의 길을 터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리 아이들, 우리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자연을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로부터 지키라고 존재하는 환경청이 어째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2021년의 환경청은 환경을 지키는 환경청이고, 2024년의 환경청은 우리나라를 파괴하기로 작정을 한 자들의 환경청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제 아침 모처럼 얼굴을 내민 환한 햇살 아래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환경청 어린이집 아이들이 참새처럼 재잘대며 제가 105일 동안 지켜온 농성장 앞을 지나갔습니다. 부디 저 고운 아이들의 세배를 받은 환경청의 어른이, 더는 저 아이들의 미래를 파괴하는 나이만 많은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그 아이들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인 환경청의 공무원분들께 호소합니다.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의 결론을 뒤집고 부산시 원안노선을 그대로 통과시켜 버린 당신들의 결정은 금쪽같은 당신 아이들의 미래를 파괴하는 결정이었습니다. 부당한 명령은 거부하여야 합니다. 힘들이지 않고 우리의 양심을 지켜낼 수는 없습니다. 고뇌하고 결단하여야 합니다. 상부의 명령이나 받드는 나약한 사무원(私務員)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지속가능한 국토를 만들라는 국민과 법률의 정당한 명령을 수행하는 자랑스런 공무원, 어머니 아버지가 되어주시길 간절히 호소합니다.

 

 

오늘 저는 삭발과 환경청 주위를 한바퀴 도는 오체투지 삼보일보를 하고자 합니다. 

 

 미미한 머리카락 한올이나마 세상에 바치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더는 훼손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재천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사회가 기후파괴·자연파괴의 시대, 인류 멸종위기시대에서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사람과 자연이 함께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꾸는 일은 결국 여기 모인 우리들의 과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이 함께 기후파괴 중단, 자연파괴 중단을 외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입니다. 

 

 

정성과 노력이 부족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자연,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핵심축 하나가 개발의 삽날 아래 놓이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모인 여러 벗들이 계시기에, 농성 기간 함께 염려하고 성원해 주신 여러 식구들이 계시기에, 그대로 주저앉지 않겠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여기 계신, 우리 사회의 희망이시ᅟᅵᆫ 여러분들의 활동에 함께 하겠습니다. 

 

 

2024년 2월 8일

 

낙동강네트워크,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과 함께 해온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박중록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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