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와새들의친구 창립선언문
오늘 우리는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습지는 어두 칙칙하고 아무 쓸모 없는 땅이라 우리는 배웠습니다. 습지를 매립해 논을 만들고 공장을 짓는 것이 발전이라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습지가 논이나 공장보다도 수십배 수백배 큰 생산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지구의 생물 20%가 살고 있고 해양생물의 60%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곳이라는 것을,습지야말로참으로 아름다운 대자연 생태계의 보금자리이자 보물창고라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우리는 오늘 참으로 아름답던 그러나 이제는 철저히 파괴되어버린 낙동강 하구 을숙도 광장에 모여있습니다. 이곳 을숙도는 시베리아에서 멀리 호주까지를 날아 다니는 철새들의 국제공항이자 물새들의 보금자리입니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는 우리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과 추억이 담긴 곳이기도 합니다. 불과 몇십년전 수십만마리의 철새가 하늘의 해를 가렸다던, 동양최대의 철새 도래지라고 이름났 이곳이 지금은 불과 수천 수만마리를 넘지 못하는 ‘잃어버린 낙원’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오직 돈만을 최고로 치고 편리함에만 익숙해진 우리 인간들의 무지와 과욕으로 인해 낙동강하구는 이제생명을 점차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낙동강 하구가 절규하는 마지막 구조요청의 손길을 외면해서는안됩니다.
낙동강 하구뿐만이 아닙니다. 이웃지역에 있는 주남저수지와 창녕 우포늪도 편안한 보금자리가 아닙니다. 좀 더 가보면 남해안 순천만 갯벌과 해남 그리고 서해안 새만금 강화도갯벌이 매립의 위험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서해안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속한다지요. 이제 더 이상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습지를 파괴하고 생명을 몰아내는 짓을 해서는 안됩니다. 이제 더 이상 습지가 무시당해선 안됩니다. 습지가 없는 곳에 새가 없고, 새들이 사라진 곳에 우리 인간의 미래도 없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꿈도 있을 수 없습니다.여러분, 습지와 새들이 ‘친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습지를 개발하고 새들을 쫒아내는 나쁜 아저씨들이 아니라 습지를 만나고 새와 한데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을 말입니다.
이제 우리들이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습지와 새들을 우리들의 힘으로 지켜내겠습니다그리하여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전하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쁜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는 앞으로 습지와 새에 대해 공부하고 습지와 새를 찾으며 습지와 새에 관한 여러 가지 지식을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우리지역 사회의 습지와 새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고 생활 속에서 환경을 실천하며 국제적인 안목도 키워나갈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의 모임은 비록 작지만 앞으로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될 것입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산과 들의 친구, 바다와 강의 친구들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 이제부터 우리 모두 습지와 새들의 참된 친구가 됩시다. 습지와 새들이 반기는 친구가 됩시다. 감사합니다.
2000년 10월 8일
습지와새들의친구 창립 발기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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