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와새들의친구" 의 사람들-을 위한 작은 기도
글: 윤지형 · 영상편집" 박재중
새, 사랑, 기도에 관한 명상
여기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새들의 친구가 되고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철새들의 식탁이자 쉼터이자 보금자리인 습지,
목마른 지구의 크고 작은 우물인 습지,
논과 연못과 호수, 실개천과 강과
가없는 바다의 친구가 되고픈 사람들입니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을 바보라고도 하고
바보들끼리, 시끄러운 새들 하고나 천년만년 살아라고,
발이 푹푹 빠지는 늪지대 하고나 잘 살아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 바보들은
‘장난꾸러기들의 조롱을 받으며 고개를 숙이는,
무거운 짐을 진 당나귀처럼 길을 가는’
시인 프랑시스 잠의 친구이기도 하기에
눈 내린 달밤의 당나귀처럼 응앙응앙 울지언정
가는 길을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새를 사랑한다는 건 무얼 뜻하는 걸까요?
아니, 도요—새를 사랑한다는 건요?
아니 아니
멧도요, 꺅도요, 흑꼬리도요, 뒷부리도요, 큰뒷부리도요, 중부리도요,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학도요, 붉은발도요,
청다리도요, 청다리도요사촌, 깝작도요, 노랑발도요, 붉은어깨도요, 메추라기도요―를 사랑한다는 건요?
그리고, 고니와 큰 고니는요?
낙동강하구,
새들은 날아오고 날아가고 또 날아옵니다.
기도하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아파하는, 기도하는 사람들
분노하는, 기도하는 사람들
울음 우는, 기도하는 사람들
기도는 캄캄하게 사랑하는 일일까요?
싸우는, 기도하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스러져가는 아름다움을 연민하는 사람들
스러져가는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사람들
스러져가는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사람들
겨자씨처럼 낮아도 수미산보다 높디높은
아름다운, 기도하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새를 향한 기도는
어린 떡잎에게 허리 굽혀 절하는 일이며
내 안의 탐욕과 투쟁하는 일이며
남을 죽이고 내가 사는 것을 조용히 거부하는 일입니다.
낙동강하구에서 시베리아에 이르는
고니와 큰고니의 눈보라와 배고픔과 생존의 시간을 생각하는 일이며
천 리 밖에서 배고파 우는 아이로 하여 내 가슴에 한파가 몰아치는 일입니다.
오, 기도는
죽음의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도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한 톨의 물로 얼굴을 닦아주는 어머니의 가없는 마음입니다.
여기 습지와 새들이 있습니다.
여기 습지와 새들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여기 습지와 새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캄캄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