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불법공사 방조 규탄 기자회견>

자연을 지켜야 할 환경청이 서식지 파괴를 내버려 둬서야 되겠는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엄궁대교 물양장 공사를 지금 당장 중단시켜라!
기후위기와 수많은 생물이 사라지는 일이 이제 사람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함부로 자연을 파헤치는 개발을 막고, 자연이 스스로 살아날 힘을 지켜야 할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의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그런데 환경청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자연을 지켜야 할 기관이 자연 파괴를 보고도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개발로부터 자연을 지켜야 할 기관이 오히려 사업자의 편에 서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살아가는 터전마저 파괴하도록 두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엄궁대교 물양장을 만들려는 맥도생태공원 준설토 제5적치장의 습지가 지금 흙과 돌더미 아래 사라지고 있습니다.이곳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서 저절로 습지가 된 곳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대모잠자리가 무리 지어 살아가는 곳이며, 최근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의 조사에서는 삵과 수달이 살아간 흔적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엄궁대교 환경영향평가서는 이곳에 대모잠자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시민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낸 멸종위기종을 전문가들이 참여한 환경영향평가에서 찾아내지 못한 것입니다. 부산시는 이처럼 빠진 것이 많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곳에 물양장과 폐기물관리시설을 만들고, 공사가 끝난 뒤에는 큰고니가 살아갈 대체서식지를 만들겠다는 엉터리 계획을 세웠습니다.
시민행동과 전문가들이 직접 조사해 대모잠자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문제를 제기하자, 부산시는 이곳을 쓰지 못하고 다른 곳에 임시 물양장을 만들었습니다. 부산시와 환경청도 시민행동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이곳이 멸종위기종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환경청은 지난 8월 이곳에 물양장을 만드는 공사를 다시 허용했습니다. 그 결과 습지의 절반가량이 벌써 흙과 돌에 파묻혔습니다. 남아 있는 서식지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놓였습니다. 큰고니의 피해를 줄이겠다며 대체서식지를 만들면서, 이미 대모잠자리와 삵, 수달이 살아가는 터전을 없애는 것이 어떻게 자연을 지키는 일입니까? 살아 있는 습지를 없앤 뒤 그 자리에 사람이 만든 서식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생태복원이 아니라 생태파괴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지난 5월과 6월에도 환경청은 대모잠자리가 사는 것이 확인되어 멈추었던 대저대교와 엄궁대교 공사를 대모잠자리가 나타나는 시기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허용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가 멸종위기종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환경청은 평가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철저히 살피지 않았습니다. 서식지를 지키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차단망 설치’ 같은 효과도 알 수 없는 저감대책을 내세워 공사를 다시 하도록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모잠자리가 살아가는 곳임을 이미 알고 있던 제5적치장의 물양장 공사마저 허용했습니다이는 환경청이 잘못된 환경영향평가를 바로잡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잘못된 조사 때문에 빠져 버린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까지 내버려 두었다는 뜻입니다.
환경청에 다시 묻습니다. 공사를 허용하기 전에 대모잠자리 성충뿐 아니라 알과 유충이 살고 있는지도 조사했습니까?삵과 수달을 비롯한 법정보호종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했습니까? 시민단체와 전문가가 내놓은 조사 결과를 살펴보고 현장을 직접 확인했습니까? 남아 있는 습지와 법정보호종이 공사로 어떤 피해를 입을지 살펴보았습니까? 그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웠습니까? 이는 환경청이 시민행동에게 지키겠다고 밝힌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과 이행 조치’에 들어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환경청은 협의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공사를 다시 허용했습니다.
이러한 조사와 확인도 없이 공사를 허용했다면 환경청은 자연을 지켜야 할 기관으로서 책임을 저버린 것입니다. 조사를 했다면 그 결과와 공사를 허용한 까닭을 시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시민행동은 환경영향평가에서 빠진 법정보호종을 직접 찾아 환경청과 부산시에 알려 왔습니다. 그런데도 환경청은 시민사회가 내놓은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업자인 부산시의 주장만 받아들이는 행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환경청을 대신해 멸종위기종을 찾아야 합니까? 시민들이 서식지 훼손을 지켜보고 공사를 멈추라고 외쳐야 합니까? 그렇다면 환경청은 무엇을 위해 있는 곳입니까? 환경영향평가에서 법정보호종을 찾아내지 못하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도 서식지가 파괴되도록 내버려 둔다면 환경영향평가는 무엇을 위해 하는 것입니까? 멸종위기종 보호제도는 또 무엇을 위해 있는 것입니까?
이번 사태는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자연을 지켜야 할 환경청이 자연보다 사업자의 개발 편의를 앞세워 온 결과입니다. 또한 대저·엄궁·장낙대교를 짓는 과정에서 낙동강하구의 생명과 자연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뚜렷하게 보여 주는 일입니다. 세 다리가 지금 계획대로 지어지면 을숙도 상류의 중요한 생명 터전은 다리와 도로로 더욱 잘게 끊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지난 60년 동안 국가가 지켜 온 천연기념물 철새도래지가 제 구실을 잃고 영영 되살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습니다.
더욱이 환경청이 사업을 밀어붙이는 중요한 근거로 삼았던 논문은 연구의 믿음성에 큰 문제가 드러나 이미 게재 취소가 확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환경청은 지금까지 내린 판단과 협의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야 합니다. 중요한 근거가 무너졌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공사를 계속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닙니다. 우리는 환경청이 맡은 책임을 저버리고 낙동강하구가 파괴되는 것을 내버려 두는 모습을 더는 지켜볼 수 없어 또다시 하던 일을 멈추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환경청의 잘못된 행정이 불신과 갈등을 키우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앞날마저 망가뜨리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대모잠자리와 삵, 수달 같은 법정보호종이 살아가는 터전을 훼손하고 있는 맥도생태공원 준설토 제5적치장 물양장 공사를 당장 중단하도록 부산시에 통보하라.
하나, 환경청은 시민단체 및 독립적인 전문가와 함께 대모잠자리의 알과 유충을 포함한 법정보호종의 서식 실태와 훼손 범위를 조사하고, 공사 허용의 경위와 판단 근거를 모두 공개하라. 조사 결과에 따라 남은 서식지에 대한 긴급보호조치와 훼손지 복원을 즉각 시행하라.
하나, 환경청은 취소된 논문과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에 근거해 추진된 대저·엄궁·장낙대교에 대한 종전의 판단을 전면 재검토하고, 을숙도 상류부 천연기념물 철새도래지 기능의 영구적 상실을 막기 위한 책임 있는 행정조치를 취하라.
하나, 환경청은 지난 5월 시민행동과 약속한 갈등조정협의회와 거짓·부실검토위원회를 하루빨리 열고,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 검증에 나서라.
환경청은 개발 사업을 돕기 위해 있는 곳이 아닙니다. 자연과 생명을 지키고, 함부로 자연을 파헤치는 개발로부터 국민의 삶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있는 곳입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더 늦기 전에 맡은 일을 다하십시오. 지금 당장 공사를 멈추고 남아 있는 생명의 터전을 지키십시오. 잘못된 환경영향평가와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아 60년 동안 천연기념물로 지켜 온 낙동강하구가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는 일을 막으십시오. 자연을 지켜야 할 기관이 자연 파괴를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엄궁대교 물양장 공사를 지금 당장 중단시켜야 합니다.
2026년 9월 2일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