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록의 낙동강하구 백조 일기】 시작하는 글: “낙동강하구 백조 3000마리의 호소 … 대저대교에 보금자리 잃을 순 없다”
먹이를 찾느라 분주한 백조와 오리들 사이로 백조 한 가족이 내려 앉고 있다. [10월 25일 명지주거단지 동편 갯벌]
[시작하는 글]
부산의 낙동강하구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국 갯벌을 대표하는 곳이다. 세계자연유산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탁월한 가치(OUV)’를 지닌 곳을 유네스코가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지정한다. 그레이트베리어리프, 갈라파고스 제도,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북미의 그랜드캐년과 엘로스톤국립공원 등 우리가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세계적 명소가 모두 세계자연유산이다. 부산의 낙동강하구가 설마? 하시겠지만 사실이다.

낙동강하구는 한때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라 불렸다. 그래서 우리가 전혀 철새와 환경을 모르던 일찌기 1966년에 철새도래지로 국가자연유산(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곳이다. 숱한 난개발로 비록 만신창이가 됐으나 ‘썩어도 준치’라고 지금도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철새도래지다. 낙동강하구의 그러한 가치를 보여주는 증거가 이곳을 찾는 새들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 어느 곳도 낙동강하구 만큼 많은 새가 찾지 않는다.

낙동강하구에 도래하는 대표 새는 단연 백조다. 백조는 날 수 있는 새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새에 속한다. 그래서 넓고 안정된 서식지를 필요로 하는데, 그런 땅이 계속 줄어 지금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이런 새가 낙동강하구에는 매년 3천마리가 찾아온다. 세계 어느 대도시도 3천 마리 백조가 찾아오는 곳은 없다. 낙동강하구를 찾는 3천 마리 백조는 왜 이곳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자연유산인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 이 백조의 땅은 무분별한 도시계획에 의해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있다. 특히 하구둑 상류부의 백조서식지는 자칫 올해가 마지막 풍경이 될 수 있다. 이곳 백조서식지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대저대교와 엄궁대교가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하구 백조 이야기를 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억만금을 들여도 만들 수 없는 우리만이 가진 이 소중한 공간을 다른 대안이 얼마든지 가능한 다리 때문에 잃어서는 안된다. 이곳이 우리들의 관심으로 지켜지길 바라며, 낙동강하구를 찾는 3천 마리 백조들의 소식을 사진을 중심으로 이번 겨울 이들이 머무르는 동안 함께 나누고자 한다.

10월 25일 백조를 만나러 가다
백조가 낙동강하구에 해마다 10월 중순이면 처음 보이고 그 뒤 북쪽에서 내려오는 무리가 계속 합류하면서 수가 불어난다. 보통은 10월 15일 즈음에 나타나기에 지난 주 조사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으려니 했다. 그러나 만나지 못했다. 매년 시월초에 첫 모습을 보이는 큰기러기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17일 맹금머리 갯벌에서 1 마리를 만났다고 함께 조사하는 김 선생이 전한다. 보통은 몇 마리가 무리지은 모습을 보이는데 이번은 한 마리다. 토요일(24일) 이들을 만나러 다시 나섰다. 명지갯벌서 67 마리를 만났다. 물 건너 을숙도갯벌 쪽에도 28마리가 보인다. 그러나 적지않은 비가 계속내리고 거리가 멀어 자세히 만나지는 못했다.

일요일 아침, 어제보다는 비가 적다. 이번엔 다대포 아미산전망대를 찾았다. 낙동강하구의 바다쪽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이곳은 거리가 멀지만 하구갯벌을 찾은 백조들을 한꺼번에 조사할 수 있는 장소다. 모두 217마리. 백합등 부근서 3마리, 대마등 남쪽에서 5마리, 그리고 명지갯벌에 209마리가 모여있다. 오전을 오롯이 전망대 공원에서 보냈다. 이곳은 보는 이의 감탄을 절로 자아내는 대자연의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잠시 잊었던 낙동강하구 대자연의 풍경을 만나 뒤 더 가까이 백조들을 만나러 강 건너 명지로 향한다.

먼길 내려오느라 허기 진 탓일까? 백조들은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다. 아직은 가을, 갯벌도 풍성한 시기다. 물닭과 오리들까지 대부분 잘피를 먹고있는 것 같다. 지난 여름 뜨거운 햇살아래 몸을 키운 하구의 식물들이 2~3천 키로 먼길에 여윈 몸을 다시 살리고 있다.

백조는 가장 건강한 자연에서 살아가는 새다. 백조의 우리말 이름은 고니. 고니 나라엔 고니와 눈을 마추면 1년간 아프지 않고 행운이 온다는 전설이 있다. 이번 겨울 고니와 눈을 한 번 마주치셔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다대포 아미산전망대와 명지주거단지의 남명초등학교 동편에 있는 명지철새탐조대 앞 제방길에서 백조들을 만날 수 있다. 백조들은 먹이를 찾아 낙동강하구 곳곳을 옮겨가며 겨울을 난다. 그때그때 백조들을 잘 만날 수 있는 곳을 계속 소개하겠다. 아미산전망대는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맨눈으로 갯벌의 흰점들을 찾은 뒤 망원경으로 그 모습을 살펴 보시라. 안내하는 분들이 보이면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다.

먹이터로힘차게 날아가는 백조. 머리를 묻고 쉬는 백조들은 이미 배를 든든히 채운 친구들이다. [10월 25일 명지주거단지 동편 갯벌]
명지철새탐조대는 공사중이라 주차가 불편하다. 근처 행복마을에 주차하고 걸어가는게 좋다. 대중교통이 불편하기는 하나 근처까지 가는 버스도 있다. 아미산전망대는 주차장이 넓게 갖추어져 있고 1호선 다대포역에서 마을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좋은 길잡이가 있으면 백조를 만나기가 훨씬 수월하다. (사)습지와새들의친구는 오는 토요일(10.31.) 10시~12시, 아미산전망대에서 백조환영제를 연다. 함께 낙동강하구를 찾아온 백조를 만나고, 이들이 무사히 겨울을 나고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기를 비는 자리다. 친구, 가족들과 함께 가을이 가기 전 낙동강하구 백조들과 눈을 한 번 맞추어 보시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