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파리매
글․사진 조무호/동시동화작가
꿀벌을 끌어안고 체액을 빨아먹는 왕파리매는 파리일까. 매일까.
벌이 벌 벌 벌 떠는 것이 접두어로 뒤집어 쓴 왕 때문일까. 아니면 꽁무니에 붙은 매 때문일까.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이 녀석한테 파리라는 여린 티는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다.
파리 족 품격을 좀 높이면, 파리라는 언어적 좀스러움(진부함)을 왕이라는 위엄과 매라는 날렵함 속에 숨긴
몽타주기법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아방가르드.
파리 족속들 가문의 영광이겠다.
북쪽 말 흉내를 내보니 <나, 왕파립매>다. ‘ㅂ’이 첨가 되어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왕파리’ 캐릭터로 이미지가 완전 고정된다.
왕이든 매이든 풀밭 뒷골목에서 이 녀석을 만나면 줄행랑부터 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