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들 잠버릇
글 조무호/동시, 동화 작가
새들이 잠이 든 밤입니다.
풀밭에 풀들도 잠을 잡니다.
지렁이가 풀밭으로 나왔습니다.
숨었던 달팽이도 나왔습니다.
한낮엔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지만
밖으로 나갈 엄두도 못 낸 채
풀잎 밑에 꽁꽁 숨어있었답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웠고
새들이 쿵쿵 뛰어다녔기 때문이지요.
이를 본 풀잎들이 저마다 입을 모았습니다.
나는 이슬이 오는 길을 열어줄 테야.
어린 쑥은 아기가 자는 것처럼
잎사귀를 위로 모으고 잡니다.
나는 달과 별을 보여줄 테야.
괭이밥은 작은 곤충들이 별도 보고 달도 보라고
잎사귀를 오므려 주었습니다.
나는 넓은 잎으로 이슬을 받아줄 테야.
칡잎은 마음도 참 넉넉합니다.
풀잎들 잠버릇은 이래서 생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