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까치의 침입
글 도연스님
갑자기 법당 안이 소란스럽다. 새들이 우왕좌왕 제트기처럼 빠르게 날아다닌다.
안쪽에 때까치 한 마리가 보인다. 때까치가 들어온 걸 환영이라도 하는 걸까.
때까치도 다른 녀석들처럼 추워서 들어왔나 싶어 내버려둔 게 화근이었다.
여기저기 흩날리는 새털이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음을 짐작케 했다.
곤충이나 들쥐를 사냥해 먹지만 가끔은 작은 새도 잡아먹는다더니 정말로 녀석은
곤줄박이를 두 마리나 사냥한 것이다.
때까치는 사냥한 먹이를 뾰족한 나뭇가지에 꽂아놓고 먹거나 Y자 모양의 가지에
끼워놓고 먹는 습관이 있다. 곤줄박이 한 마리는 이미 해체된 채로 발견되었고
다른 한 마리는 내 자전거 크랑크 톱니에 끼워진 채 목이 뜯겨져 있었다.
때까치는 추위를 피해 들어온 게 아니라 먹이를 따라 들어온 거였고 제한된
공간에서 놈은 비교적 쉽게 먹이를 사냥했던 것이다. 동료가 끔찍하게 희생당하는
장면을 목도한 새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새들은 놈을 그대로 내버려둔 미련한 인간을
밤새 성토 했으리라.
밤이 되기를 기다려 깊이 잠든 놈을 포획했다. 놀란 놈이 매처럼 날카로운 부리로
내 손가락을 물었다. 무는 힘도 강해 훈련된 사냥개처럼 물고 놓지 않는다. 통증을
참아가며 부리를 벌려 간신히 떼어냈는데 물린 상처가 제법 깊다..
이러니 작은 새들의 목이 간단히 부러질 수밖에 없겠다.
놈도 먹고 살자고 한 일이지만 여기저기 갉아대는 쥐나 잡을 일이지,
곤줄박이를 해친 죄를 물어 하루 동안 ‘구금’ 했다가 다음날 밖에 풀어주었다.
소란스러웠던 법당 안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기온이 올라가는 따뜻한 한낮에는 차례로 목욕도 하고 불단 밑을 통과하여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비행놀이도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조용해져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일까
보면 이곳저곳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따뜻하고 평화로우니 새들도 낮잠을
즐기는 모양이다.
일손을 멈추고 난로가에 앉아 나도 같이 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