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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5 10:25

아이들 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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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홀리기

 

 

 

글 홍정욱/공동대표   

 

제목이 아무래도 마뜩찮다. 느낌에 맞으려면 ‘홀리다’란 말보다는 좀 더 은밀해야하고, 덜 비릿해야 하는데 마땅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느낀 적이 있지만, 유난히 내게, 적어도 도시의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라는 상황에, 우연치고는 좀 지나치다 싶은 일이 자주 일어나 간혹은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눈을 껌뻑거리기만 하던 아이들의 표정을 ‘홀리다’라고만 읽은 것이다. 말을 물감처럼 섞어서 쓸 수 있다면 ‘홀리다’란 말에 희한하다, 안타깝다, 애태우다, 두렵다 등의 말을 조금씩 섞었으면 딱 좋겠다.

 

두어 달 사이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4층에 있는 우리 교실에서 있었던 일들이다.

 

 5월이 되자 교실 곳곳에서 큰 벌이 자주 들어온다고 교내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간단한 대처방법을 알려 주고는 우리 반 아이들에겐 딴청을 피웠다.

 

“너희들 말벌 아나? 손가락만 한 놈. 내가 교실로 한 번 오라 해 볼까?”

 

점심 먹고 단체로 몽롱하던 놈들이 귀찮은 듯

 

“우웩! 자뻑이다. 오버하지 마세요. 벌이 샘 말을 어떻게 들어요?”

 

“내가 하면 우짤래? 내기 할까?”

 

이때 한 놈, 나직하게 묻는다. 그 놈은 3학년 때 우리 교실에서 “택시를 타고 간 직박구리”를 만진 놈이다.

 

“진짜 부를 수 있어요?”

 

“내가 불러서 오면 니가 먼저 만지도록 해 주께. 쏴도 나는 모른다.”

 

어찌어찌 진짜로 건 것 없는 내기가 되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아이들이 벌을 불러 보라 난리다.

 

“기다려라. 아직 내 맘이 안 내킨다.”

 

“저라다가 안 오모 쪽팔리서 우짤라꼬 저라지?”

 

아! 그런데 3교시 국어시간.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만한 말벌 한 마리가 거짓말처럼 교실로 날아들었다.

 

“우와! 진짜 왔다. 샘, 말벌 왔어요!”

 

“가만 놔둬라. 니들 공부 잘 하나 둘러보고 가라했다. 가까이서 보고 싶은 놈 있나? 머리에 앉아봐라 할게”

 

“헐~. 샘이 잡아 보세요. 관찰하게요.”

 

“잘 노는 놈을 왜 잡냐? 보면 되었지 뭘 더 관찰해?”

 

“그런데 진짜로 샘이 오라고 했어요?”

 

“니 머리에 앉아라 해 볼까?”

 

벌은 교실을 두어 바퀴 돌더니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왱왱거리고 있었다.

 

“진짜 보기만 하고 살려 줄 수 있나? 죽이면 안 된다.” “예”

 

“좋다. 반장은 과학실에 가서 비이커와 철망덮개를 하나 갖고 오너라.”

 

“어떻게 잡아요?”

 

“쏘이면 죽을 수도 있는데 잡기는? 지 보고 들어가라 해야지!”

 

“헐~”

 

“어디가 헐었냐? 말만 하면 헐이냐? 너그는.”

 

비이커를 들고 창가로 가며 종이! 하니 한 놈이 주춤거리면서 벌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공손히 종이를 올린다. 슬쩍 웃어준다.

 

창을 뚫을 듯 머리를 박고 있는 놈을 비이커로 덮고 창과 비이커 사이에 종이를 넣어 상황 끝. 투명한 비이커 안에서 왱왱거리는 벌을 보고 아이들은 조용해졌다.

 

“쏘이면 죽는 수가 있다. 조심해라! 만지지 말고 한 명씩 보기만 해라. 내가 벌한테 아이들이 보기만 하고 해치지 않을 거라 하긴 했는데 이놈도 성질이 있어 우짤지는 나도 모른다.”

 

종이를 철망 덮개로 바꾸고 뒤쪽 사물함 위에 올려 두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내내 아이들로 둘러져 있었다. 방과 후엔 다른 반 아이들도 왔다.

 

“진짜로 샘이 불렀어요?”

 

“와? 너그 교실에도 한 마리 보내주까? 너그 샘 기절 할낀데?”

 

뒷날 아침, 움직임이 많이 약해진 녀석을 창밖으로 보냈다. “산에 가서 살아라!”고 했다. 반쯤의 아이들이 홀린 듯 갸웃갸웃.

 

며칠 전 전담시간, 두 시간이나 교실을 비켜 줘야 해서 운동장을 한 바퀴 실실 걷기로 했다. 지난해 곶감 깎을 감을 땄던 감나무 아래로 가자 직박구리 어미가 머리 위로 낮게 날며 날카로운 소리로 위협했다. ‘옳거니! 틀림없다.’

 

감나무 가지 사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막 둥지를 나선 직박구리 새끼 다섯 마리가 한 줄로 쪼롬히 앉아 입을 쩍쩍 벌리고 있었다. 아마 둥지나기 훈련 중인가 보다. 어미는 덜 익은 굴거리나무 열매와 날개가 달린 벌레를 물고 와서 차례로 새끼를 먹이고 있었다. 혼자 보기 아까운 그림. 마침 운동장 구석 버즘나무 그늘에 옆 반 샘이 아이들을 몰고 왔다. 아이들이 흩어져 멀리뛰기 연습을 시작하자 다가가서 선생님을 다짜고짜 끌고 왔다.

 

“우와! 우리학교에서 이런 일이 정말 있네요? 어떻게 이걸 찾았어요? 샘은 천상 시골학교로 가야겠다. 아! 저 새끼들 입 좀 봐! 이쁘다.”

 

“찾긴 뭘 찾아요. 새가 불러서 와보니 이렇네요. 시골이야 뭐 달마다 가긴 가는데. 꿍얼꿍얼…….”

 

 또 며칠 전에는 5학년 몇이 직박구리 새끼 한 마리를 들고 뛰어 왔다. 운동장에서 뭔가 살아 있는 것들이 보이면 들고 찾아오는 놈들이 더러 있다. 매미, 잠자리, 지렁이, 땅강아지 등이 여러 차례 아이들 손에 잡혀 왔었다.

 

아이들은 축구를 하다가 화단 구석에서 까마귀가 뛰어다니고 있어 가보니 직박구리 새끼를 잡아먹으려고 해서 까마귀를 쫓고 들고 온 것이라 했다. 살펴보니 오른쪽 날개가 많이 상해 있었다. 뼈가 꺾여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 아이들은 살려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어린데 너무 많이 다쳤다.”고 어둡게 말하고 말았다. 들고 온 두 놈은 자기들끼리 눈을 마주 보았다. 새를 쥐고 보건실에 가서 소독을 부탁했다. 보건선생님은 깜짝 놀랐지만 다친 곳곳을 소독해 주셨다.

 

새를 들고 학교 뒤편에 있는 대밭으로 가 새끼를 내려 두었다. 찍찍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힘 내거라’ 고 돌아서려는데 아! 거짓말처럼 어미새로 보이는 두 마리가 나타났다. 운동장에서 4층의 우리 교실로, 그리고 1층의 보건실에서 대밭으로 오는 건물 안 복도 길을 어미가 어찌 알고 따라 왔냐고 묻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분명히 왔다. 한 마리는 날개를 다쳐 비척거리기만 하는 새끼 옆에 내려앉았고, 다른 한 마리는 대나무 위에서 경계음을 내기 시작했다. 새끼 옆에 내려앉은 새는 새끼를 보다가 나를 보다가 했다. 뒤를 따른 몇 아이들은 홀린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다물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가보니 어미도 새끼도 흔적이 없었다.

 

 그리고 풍뎅이 이야기, 며칠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맞다. 그러니까 낙동강 항공촬영경비 마련을 위한 일일주점을 하는 날, 아이들을 보내고 이곳저곳에 술 먹으러 오라는 전화를 하고 있었다. 한참 전화질을 하고 있는데 교실 뒤쪽, 아이들 작품 붙이는 곳에서 뭐가 윙~하는 소리가 나더니 반짝반짝하는 풍뎅이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청동풍뎅이.

 

오케이! ‘아무래도 밤에 일!을 열심히 하면, 그러면 내일은 머리가 띵할 것이고, 머리가 띵하면 산에 가야 하는데 너무 더울 것이고, 전담이 세 시간이니 세 시간만 하면 되고……. 한 시간은 보고, 한 시간은 그리고…. 흐흐.’ 퍼뜩 창문을 닫고 교실을 나섰다.

 

그리고 뒷날, 예상대로 된 아침부터 구세주 삼아 풍뎅이를 찾았다. 그런데 없었다. 아이들이 뭐 찾느냐고 물었다. 코를 킁킁거리며,

 

“니들, 풍뎅이 냄새 안 나나?”

 

“예? 풍뎅이 냄새요?”

 

“그래 임마! 노리짱하고 쌉씨름하고 매콤하고 그런 거! 내 코에서는 분명히 나는데”

 

“예?”

 

“너그는 그런 것도 모르고 우째 사냐? 분명히 풍뎅이 냄새가 나는데.”

 

“…….”

 

국어시간에 풍뎅이 이야기만 했다. 냄새로 말을 한다고 하니 믿는 둥 마는 둥! 아이고 머리야. 아이들이 집에 가고 난 뒤에 교실 곳곳을 뒤져도 어제의 풍뎅이는 없었다. 청동색 등짝이 예뻤는데.

 

그리고 주말 지나고 월요일. 일찍 집을 나섰다. 더워서 쉬엄쉬엄 걸을 참이었다. 서동고개를 넘어 학교 가까이 왔을 때는 얼굴에 땀이 흘렀다.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는데 발 앞에서 뭐가 버둥거리고 있었다.

 

아!

 

장수풍뎅이 수컷!

 

세상에!

 

이 도시에, 이 아침 시간에! 장수풍뎅이라니!!!

 

산에서 날아 왔는지, 아이들이 키우던 것이 날아 왔는지,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놈이 장수풍뎅이고, 살아서 내 눈앞에 있다는 것!

 

잡아 쥐니 녀석이 바둥댔다. 급한대로 길바닥에 버려진 과자 봉지에 넣고 주변에서 자두 뭉개진 것을 주워 함께 넣었다.  가슴이 막 뛰었다. 그리고 퍼뜩 엊그제 교실에 든 풍뎅이를 찾지 못한 일이 떠올랐다. 아하!

 

학교에 오니 7시 반. 여유 있게 작전을 짰다. 일전에 뒤적이다만 교실 뒷구석에 빈 화분을 가져다 두고 화분받침을 덮개 삼고, 그 안에 녀석을 넣어 두었다. 잠시 후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한 녀석이 자두 한 알을 내민다. 헐~ 하필 자두.

 

 “아무래도 풍뎅이 냄새가 나는데. 분명히 나는데.”

 

 

장수청동풍뎅이_100730통영미륵도_천성광.jpg

 

 

쉬는 시간을 기다려 또 코를 벌름거렸다.

 

“샘, 개코예요?”

 

“아냐, 분명히 냄새가 나!”

 

“어떻게 풍뎅이 냄새를 알아요?”

 

“비슷한 물방개를 많이 구워 먹어봐서 잘 알아”

 

“헐~ 또! 물방개도 먹어 봤어요?”

 

“분명히 냄새가 난다. 내가 천천히 다시 찾아보마.”

 

두 시간 동안 틈날 때마다 교실 구석구석을 코를 킁킁대며 다녔다. 아이들은 저 양반이 또 왜 저러나 하는 눈치. 셋째시간. 수학. ‘익힘책 문제를 풀어라’하고는 또 킁킁댔다. 썩 괜찮은 연기!

 

때가 되었다. 더 두었다간 녀석이 어찌될지 모른다.

 

“봐라! 여기! 그럼 그렇지! 냄새가 나더라니까”

 

숨겨 둔 장수풍뎅이를 쑥 들어 올렸다.

 

“우와 진짜다! 장수풍뎅이다! 샘이 장수풍뎅이를 찾았다!(분명히 찾았다고 말했다!!)”

 

교실은 순식간에 장마당이 되었다. 등딱지를 만지는 놈, 냄새를 맡겠다고 코를 들이미는 놈, 내가 밀려 나자빠질 판이었다. 겨우 아이들을 앉히고 또 풍뎅이 이야기! 머리를 돌려 팽이처럼 돌게 했던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이 화단 시식부 샘(특별활동부서로 화단사랑부를 운영하는데 풀을 자주 먹어보라 하니 어느 날부터 아이들이 화단 식사부, 혹은 화단 시식부라 부른다) 답단다.

 

“샘, 진짜 풍뎅이 냄새 알아요?”

 

“와? 안 믿어지냐? 뱀도 한 마리 불러볼까 싶은데 4층이라 뱀이 힘들겠제?. 그래서 그건 참는다. 내가.”

 

“…….”

 

 

 

그 장수풍뎅이는 1주일간 우리교실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온 풍뎅이 사육통 안에 머물렀다. 짝을 구해주고 싶어 학교 전체에 중매를 서겠다고 해봤으나 짝을 구할 수 없었다. 아이들과 학교 뒷산에 가서 큰 졸참나무에 붙여 주었다. 나무에 기어오르는 녀석을 보고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잘 살아라. 꼭 장가가라!”고 외쳤다.

 

그리고 오늘, 새벽 빗소리에 잠이 깨자마자 그놈이 생각났다. ‘장마가 끝나고 나서 보낼 걸.’ 학교에 오자 아이들이 모여 같은 생각을 말했다. 다시 데리고 오자는 녀석도 있었지만 녀석을 믿어주자 했다. 아이들은 홀린 듯 그 벌레를 믿자는 내 말에 동의했다.

 

 

 

 


2020.11.25 10:17

하늘에서 본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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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낙동강

 

 

 

글 김경철/습지보전국장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는 6월13일부터 15일까지 낙동강의 삼강나루터-창녕 본포교 구간의 항공촬영을 실시하였다. 이 항공사진 작업은 2010년부터 매년 이루어지고 있으며 올해가 3번째 항공촬영이었다. 2010년과 2011년 항공사진에서는 4대강사업으로 파괴되어가는 강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렇다면 6월말로 4대강사업의 대부분이 준공되는 이 시점에서 강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을 통해 1)가뭄과 홍수를 예방하고 2)물을 맑게 하며 3)생태계를 복원하여 4)수변공간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올 해 심각한 가뭄이 지속되었으나 4대강 사업으로 가두어진 13억 톤의 물은 가뭄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애초부터 4대강 인접지역에서는 가뭄이 거의 없었고 가뭄피해가 일어나는 곳은 산간, 해안가 등이었다. 따라서 그곳까지 물을 이동시킬 방법이 없으니 4대강에 아무리 많은 물이 있다 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다.

 

 

합천보_상류_회천합류지.jpg

 

이제 4대강사업도 완공되었으니 물은 얼마나 깨끗해졌을까? 하늘에서 바라본 낙동강 물은 녹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특정 구간이 아닌 거의 대부분의 구간에서 강물은 썩어가고 있었다. 강바닥에는 오염물질들이 짙게 퇴적되어 있고 녹조는 큰 띠를 이루고 있었다. 완공도 하기 전에 이렇게 변해가고 있으니 앞으로 진행될 오염의 가속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일 것이다. 본류뿐 아니라 지류의 오염도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다. 본류에 물을 가득 채우다 보니 지류의 물이 본류로 합류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류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물의 오염뿐 아니라 곳곳에 버려진 폐준설선은 홍수기에 교량붕괴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항공사진 판독결과 수십 척의 폐준설선이 강변, 혹은 강물위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 폐준설선이 홍수기에 떠내려가 교각과 충돌한다면 지난해 호국의 다리 붕괴와 같은 교량 붕괴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환경현안과-방향_우곡교상류폐자재.jpg

 

환경부와 국토해양부는 상황의 심각성을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수질이 4대강사업 전보다 나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6월28일, 29일 낙동강 조사결과 심각한 녹조가 확인되었다. 부산, 경남의 취수원인 매리취수장, 칠서, 본포 취수장 모두에서 충격적인 녹조 발생 현장을 만날 수 있었다.

 

향후 이러한 식수원 오염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먼저 보의 수문만이라도 완전히 열어 강물의 소통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리고 홍수 위험만 가중시키는 보는 장기적으로 철거해야 마땅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방치한다면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  하는 부산, 경남, 경북 시민들의 생존권도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2020.11.25 10:06

염소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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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 옥천사 인근에서 농사일과 목축일을 하며 자연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는 손종세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염소 길들이기

 

 

글 손종세/농민․시인   

 

손종세.jpg

 

흑염소를 기르면서 내 마음도 참 많이 아팠다. 병들어 죽어가는 새끼를 안고 밤을 새운 날도 있었다. 변비, 설사, 고창증(鼓脹症, 사료를 잘못 먹고 가스로 복부가 팽창해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 감기, 기관지염, 폐렴, 결막염에 압사까지…. 장마철에 물을 피하고 추워도 그네들끼리 비비며 살도록 해 준 집이 이층 축사다.

 

녀석이 태어난 곳은 이층 축사의 마루다. 겨우 이 개월밖에 안 된 새끼 염소다. 엄마는 젖 주길 싫어하는데 사료 맛 짚 맛은 알아도 풀 맛은 아직 모른다. ‘땅 디뎌 보라고 연 문이 전쟁터’라는 말이 이 녀석에게도 딱 어울린다. 배불리 먹을, 초록의 생풀로 차려놓은 밥상을 무서워하다니. 생후 일 개월 된 새끼는 울고, 그 녀석 옆의 또 다른 녀석도 울고 또 울어서 모두 목이 쉬어버렸다.

 

봄이 지나고 더운 기운이 땀나게 하는 계절이 왔다. 따스한 봄날이 초여름으로 접어들 즈음, 풀들이 한 뼘 길이로 자라면 그들의 ‘목숨 쥔 사육자’는 아린 마음이 더해진다. “온 자리, 사는 자리, 갈 자리는 어디냐. 온 자리 미우냐. 사는 자리가 싫으냐. 갈 자리 두려우냐. 아냐. 알기나 하냐. 생각 한번 해 봤냐. 에이 무운디, 제기랄!” 나는 그네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 약탕기에 넣을 수도 불고기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나는 염소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풀밭에 나가 배 실컷 채우라고 축사 문을 연다. 엄마 따라 나가야 할 새끼들이 나가지도 못하고 아우성이다. 강제로 축사 밖으로 쫓아낸다. 한 시간쯤 지난 후 닫혔던 문을 열고선 빨리 들어오라고 휘파람을 분다. 헤매는 새끼들을 쫓아가며 ‘길들이는 자’가 내뱉는 중얼거림. “죽을래? 죽는다이! 이 놈들아. 빨리 안 들어가나!” 3~4일 정도는 부대끼며 다툰다. 초기 몇 날에 길을 잘 들여야 하는 법이다.

 

사료와 짚 외엔 푸른 풀이 맛있는 먹이인 줄 모르는 녀석이 아직 있다. 축사 안에서 울던 녀석이 밖에서는 곱빼기로 울어대기도 한다. “지 배 안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좀 알아서 묵우몬 안 되나!” 잘 차려진 ‘풀 밥상’을 멍하게 쳐다보고만 있는 새끼도 있다. 잘 차려주었다 생각하며 지켜보는 꾼도 멍하다. 새끼가 어미 뒤를 잘 따르는지 내 눈길도 따라간다. 나는 아낌없이 염소에게 집과 밥상을 주고 싶은데 그게 내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게 내가 산골에서 염소들과 웃으며 다투는 모습이다. 그래도 내가 가축인 염소는 아니고 사람이라 참 다행이다.

 

염소들은 대체로 말을 참 잘 듣는다. 소리도 참 잘 기억하고 눈치껏 행동한다. 나가는 길 들어오는 길이 같다는 것도 안다. 울다가 배고파서 먹어본 파란 풀이 짚보다 맛있다는 것도 알아간다. 그러니 이제 울 필요도 없다. 네 다리가 튼튼하니 바위도 둑도 한 번 뜀질로 넘는다. 한여름 뙤약볕이 따가워 나무 그늘에서 쉬기도 한다. 가을에, 겨울에 사라져 버릴 제 운명은 전혀 모른다.

 

나는 염소를 이십 년 전부터 기르기 시작했다. 나의 삶도 돌아보며 넋두리를 보탠다. 부모가 주어서 내가 온 자리로 길들여진 자리 있었고, 사회와 나라가 길들여 스스로 힘들어하던 길도 있었고, 스스로 억지 부리며 걷던 벗어나고 싶은 삶도 있었다. 그러다 홀로 찾은 외진 곳이 산골이었다. 내 딸과 아들에게 미안하다. 수풀 무성한 산골에서 태어나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산열매 따 먹고 눈사람 만들고 자랐지만,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기숙사로 떠난,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서 어쩌지 못하는 내가 나의 옛 모습을 보는 것처럼 너희에게 미안했다.

 

흑염소_110904양산매곡리_천성광.jpg

 

겨울에 태어나 동상으로 발목 한쪽을 잃은 녀석 있다. 발목이 썩어 달랑거릴 때, 손으로 떼어내고 피부약 한 번 뿌려주었다. 또래에 비해 작아서 뒷다리 하나 헛발질하며 걸어서 내 눈길 자주 당겼다. “아픈 척 하지 마라.” 먹이통 밑에 숨어있는 녀석을 문 밖으로 던진다. 날들 보태며 몸집은 작아도 땅땅해진다. 아마도 무리 따라 드나들며 살아남을 것이다. ‘네 삶 길 네가 열어낼 게다’ 하며 이생을 잘 견디길 바라고 또 바라고.

 

 

 


2020.11.25 10:01

낚시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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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유감

 

 

글, 사진 천성광/공동대표  

 

지난 6월 하순, 생태체험학교 아이들이 7월초 하천체험할 때 사용할 대나무물총 재료를 만드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있는데, ㅈ선생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곧 만날텐데 왠 전화람.’

 

그 전에 전화로 김해에 있는 ㅎ저수지에서 오후 4시경에 만나기로 약속을 한 뒤였기 때문이다. ㅈ선생은 다급한 목소리로 “논병아리의 알이 없어졌어요. 울산에서 온 낚시꾼들이 가져 간 것 같습니다”고 했다. 하던 일을 서둘러 마치고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저수지 가쪽 어리연꽃 군락 부근에 있는 논병아리의 둥지는 텅 비어 있었다.

 

‘논병아리 알이 사라진 사건’이 있기 일주일쯤 전에 ㅈ선생과 나는 낙동강하구 일대에서 탐조를 하고 있었다. 계절상 새들의 번식철이라 낙동강하구에는 새가 별로 없었다. 번식철에 강에 새가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번식을 하러 무인도로, 숲으로, 수초 사이로 가야 맞다. 그는 ‘논병아리가 번식하는 김해의 ㅎ저수지로 한번 가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ㅎ저수지는 그가 젊은 시절 취미로 낚시할 때 자주 가던 곳으로, 그 당시 논병아리가 둥지를 트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 때 관찰을 해 보니, 먹이 먹으러 나갈 때는 접시모양의 둥지 위쪽을 수초로 덮어서 가리고, 다시 와서 덮어놓은 수초를 살짝 걷어서 알을 품는다는 것이었다. 참 신기했다. 예전에 논병아리가 새끼들을 업어서 키우는 장면을 보고 ‘우찌 우리나라 엄마들과 똑같나’하고 감탄을 했지만, 둥지를 위장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세월이 지나 논병아리가 아직도 그곳에서 번식을 하는지 모르지만, 밑져봐야 본전이니 한번 가보자고 의기투합을 해서 차를 몰고 갔다.

 

ㅎ저수지에 도착해서 쌍안경으로 살펴보니 저수지 중간에 논병아리 한 마리가 보였다.

 

‘음, 일단 논병아리는 있군. 둥지만 찾으면 되는데…’논병아리알_120624진례학성저수지_천성광.jpg

 

 

눈이 좋아 ‘레이더’라는 별명을 가진 ㅈ선생은 건너편 물가에 둥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쪽으로 가서 확인해 보니 정말 둥지가 있었다. 그는 휴대하고 있던 우산을 이용해서 둥지 위쪽의 수초를 살짝 걷어냈다. 알 5개가 있었다! ‘탐조를 하려면 역시 눈이 좋아야 해.’ 속으로 ㅈ선생의 좋은 눈과 눈썰미가 부러웠다. 저수지를 다시 둘러보니 논병아리 한 마리가 더 있었다. 부부 한쌍이 둥지를 튼 것이다.

 

우리는 논병아리 둥지에서 충분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논병아리 부부의 행동을 관찰했다. 논병아리 부부는 둥지 가까이 오더니, 그 중 한 마리가 둥지 위쪽의 수초를 부리로 조심스럽게 걷어내고 둥지 위에 앉아서 알을 품기 시작했다. 알 위에 앉아서도 연신 부리로 주위의 수초를 물어 둥지의 가쪽을 덮어서 가렸다. ㅎ저수지 주변에는 조그마한 숲이 있어 꾀꼬리 소리도 들렸고, 파랑새도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이 외에 물총새도 쓰러진 나무 위에서 먹이를 노리고 있었고, 검은댕기해오라기도 있어서 탐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주중에도 짬을 낼 수 있는 ㅈ선생이 위장막을 치고 논병아리가 알을 품는 장면, 새끼가 알에서 나오는 장면, 어미가 새끼를 업어서 키우는 장면을 기록해 보기로 하고 그곳을 떠났다.

 

논병아리_120626학성저수지_조무호.jpg

 

그로부터 이틀 뒤에, ㅈ선생은 논병아리가 알을 품는 장면을 멋지게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에 울산에서 온 낚시꾼 2명이 2박3일을 머물고 갔다. ㅈ선생은 그들과 얘기도 나누었는데, 울산의 ㅎ중공업에 근무하는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라 했다. 그 사람들이 다녀간 뒤에 알 5개가 없어진 것이다. 만약 물뱀과 같은 천적이 알을 훔쳤다면 둥지에 흔적이 남아있을 터인데, 둥지 안은 너무나 깨끗했다. 우리는 그 낚시꾼들의 소행이 틀림없다고 결론지었다. 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새알이라도 전리품으로 가져가야 했든지, 아니면 컵라면에 넣어서 먹었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그 사람들이 가고 난 빈자리는 종이컵, 폐낚싯대, 파라솔, 컵라면 용기 등의 쓰레기로 덮여 있어서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였다. 자신들의 놀이터를 왜 이렇게 더럽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그곳에 다시 왔을 때,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면 그곳에서 낚시를 하고 싶을까? 그들이 버린 비닐봉지에는 울산의 농협하나로마트의 전화번호가 선명하게 찍혀 있어서, 우리는 행정기관에 ‘쓰레기 무단투기’로 그들을 고발하기로 하였다. 쓰레기 무단투기도 그렇지만, 알을 가져간 것이 너무도 괘씸해서 <야생동식물보호법>을 뒤져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나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땅한 근거조항이 없었다. 현재의 <야생동식물보호법>은 보호구역안에서 멸종위기종을 포획하거나 그 알을 채취했을 경우에만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보호구역도 아닌 저수지에서 번식하는 멸종위기종도 아닌 논병아리는 인간의 배려를 전혀 받을 수 없는 불쌍한 존재였다.

 

 

논병아리둥지_120701진례학성저수지_천성광.jpg 하천, 저수지, 연못 등 우리나라의 낚시터는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납으로 된 낚시추는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며, 버려진 낚싯줄은 새들의 다리나 부리에 걸려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낚시도 호주처럼 면허제로 해서, 일정한 소양교육을 받은 사람만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

 

그날 논병아리 부부는 번갈아가며 빈 둥지 위에 올라 앉아 보기도 하고, 그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펴보기도 했다. ‘내 새끼들 어디 갔나?’ 이전에는 울음소리를 내지 않던 논병아리 부부는 그날따라 유난히 많이 울었다. “휘리리리리리리…” 새끼를 잃은 어미의 절규처럼 들렸다. 평소 우리 아이들이 “쓰레기같은 인간”이라는 말을 가끔씩 쓸 때, 그런 말은 자신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것이니 쓰지 말라고 나무라곤 했는데, 오늘은 내가 그 낚시꾼들에게 이 말을 써야겠다. “너희들이 버린 쓰레기와 똑같은 인간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아쉬운 마음에 ㅎ저수지에 다시 가보았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몰라도 논병아리의 둥지는 물에 푹 잠겨 있었다. 논병아리 부부는 여전히 그곳에 머물고 있었지만, 기대했던 2차 번식은 포기한 것 같았다. 하기야 이제 본격적인 장마철이니 번식을 하기가 힘들겠지. 이로써 ㅈ선생의 야심찬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비어있는 논병아리 둥지

 

하천, 저수지, 연못 등 우리나라의 낚시터는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납으로 된 낚시추는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며, 버려진 낚싯줄은 새들의 다리나 부리에 걸려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낚시도 호주처럼 면허제로 해서, 일정한 소양교육을 받은 사람만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

 

그날 논병아리 부부는 번갈아가며 빈 둥지 위에 올라 앉아 보기도 하고, 그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펴보기도 했다. ‘내 새끼들 어디 갔나?’ 이전에는 울음소리를 내지 않던 논병아리 부부는 그날따라 유난히 많이 울었다. “휘리리리리리리…” 새끼를 잃은 어미의 절규처럼 들렸다. 평소 우리 아이들이 “쓰레기같은 인간”이라는 말을 가끔씩 쓸 때, 그런 말은 자신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것이니 쓰지 말라고 나무라곤 했는데, 오늘은 내가 그 낚시꾼들에게 이 말을 써야겠다. “너희들이 버린 쓰레기와 똑같은 인간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아쉬운 마음에 ㅎ저수지에 다시 가보았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몰라도 논병아리의 둥지는 물에 푹 잠겨 있었다. 논병아리 부부는 여전히 그곳에 머물고 있었지만, 기대했던 2차 번식은 포기한 것 같았다. 하기야 이제 본격적인 장마철이니 번식을 하기가 힘들겠지. 이로써 ㅈ선생의 야심찬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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