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툴고 거친 목소리로 이렇게나마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내 침묵이 자칫 저들의 행위에 동조하거나 방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고, 지금 고통받고 죽어가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 땅, 이 하늘 아래에 살아가야 할 그 생명과 존재들을 위한 최소한의 염치라 여기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 먼저 내가 여태껏 신세 지고 살아온 이 땅, 그 고마운 생명, 존재들에 대한 살아있는 자의 외면할 수 없는 도리라 여기는 까닭이다.
그 죽임의 삽질을 내려놓아라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을 규탄하며
- 이 병 철 -
지금 내려놓아라
그 삽질을
그 피묻은 손을
그 죽임의 굿판을
한갓 선거의 매표행위를 위해
한때의 정권 유지와 획득을 위해
자신의 생명둥지를 제 손으로 파괴하는 그 눈먼 어리석음
자기살해적 그 만행과 탐욕을
또다시 산을 허물고
또다시 바다를 메우고 섬을 파괴하여 거덜 내고
엄청난 자원과 빚더미인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거대한 인공 구조물로 들어설 신공항으로
내몰리고 죽임당하는 것은
거기에 누대로 살아온 주민들
그 섬사람들의 집과 마을과 고향만이 아니다
그 사람들의 생계 터전인 어장만이 아니다
그곳에 깃들어
사람보다 먼저 터 잡고 살아온 숱한 그 생명들이다
가덕도는 단지 가덕도 주민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중요 생태보전구역인 그곳 바닷속 헤아릴 수 없는
물고기들과 뭇 생명
멸종위기 동물들인 수달과 구렁이와 표범장지뱀과 맹꽁이와
생태자연 1등급지의 동백과 곰솔군락
천연기념물 179호의 철새도래지
국가가 이미 개발할 수 없는 곳으로 지정해 놓은 그곳
그 모든 생명의 보금자리 그들의 생명터전이다
이 모든 것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뒤에
거기에 우뚝할 그 신공항
외해(外海)의 폭풍우와 거센 파도와 짙은 안개와 물보라 속에
뜨고 내려야할 비행기와 그 활주로
저들이 자랑스레 내세우는 가덕도 그 신공항은
새로운 공항의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재난, 그 재앙의 이름이며
내쫓긴 자들의 통곡, 떼죽임당한 목숨붙이들 무덤의 이름이고
이 나라 온 국민,
미래 세대에게 덧씌우는 재난과 재앙과 고통의
또 다른 이름이다
보라
지금까지 죽임당한 것들을
산을 허물고 강줄기를 막고 바다를 메운 것이
결국은 우리의 생명이었고
우리가 사랑하는 자식들과 그 후손들의 생명이었음을
귀를 막아도 들린다
온 사방에 죽어가는 목숨붙이들의 신음
그 처절한 비명과 통곡 소리가
꽃그늘 속에서도 보인다
인간의 무지와 탐욕으로 죽어간 것들
죽어가고 있는 것들의 가련한 몸짓
그 애절한 눈빛이
온 나라, 온 세계가 코로나 역병의 비상사태로 코와 입을 막은 채
형제간의 만남조차 제지되는 자리에서
수백만 수천만의 가축들이 역병 방지라는 이름으로
무차별 살처분되고
미세먼지 하늘과 플라스틱 바다와
기후위기와 종의 대멸종으로 인류의 생존 자체가 절박한
이 엄중한 시기에
한때의 정권을 위해
한갓 선거의 매표행위를 위해
생명을 담보로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을 만들고 통과시킨 자들
그들에게 다시 묻는다
그 파괴와 죽음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 신공항
누구를 위한 신공항인가
무엇을 위한 신공항인가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이 죽어가야
얼마나 더 숱한 생령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그 삽질
그 탐욕
그 피 묻은 손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지금 우리 모두 죽어가고 있다
인제 그만두어라
그 죽임의 굿판 제발 걷어치워라
그렇게 모두가 죽어간 뒤에 남겨질 것이 무엇인가
지금은 대전환의 시기
집이 불타고 세계가 무너지는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이제는 우선 멈추어 서서 새로운 살길 찾아야 한다
가는 길 바꾸어야 한다
돈이 생명을 대신할 순 없으니
이대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
이 길은 함께 사는 길이 아니었으니
지상의 땅과 강과 바다
이 모두 어머니 지구의 거룩한 몸
어느 것 하나 함부로 할 수 있는 것 없으니
그 땅, 그 강과 바다 오염되고 죽어가면
그 속의 생명
또한 살 수 없으니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재앙의 신공항 건설이 아니라
어머니 땅 가덕도를 그대로 두고
잘 지키며 돌봐야 하는 것
한 평의 땅을 더 보듬고
한 그루 나무를 더 심으며
실개천과 강물을
오염시킨 땅과 황폐해진 들녘과 숨 쉴 대기를 다시 살려내는 것
우리가 가덕도가 되어
저 죽임의 삽질을
온몸, 혼신으로 막아내는 것
의지해 있는 목숨
어느 하나 내치고는 살 수 없으니
가덕도의 재앙이 곧 우리의 미래이니
우리에게 남은 시간 많지 않으니
-그리고 나는 기억할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에 찬성한 국회의원들,
한때의 정권을 위해 나라와 미래세대를 팔아먹은 그 모리배들의 이름을.
저들의 논리에 함께 춤추어온 그 양아치들의 이름을.
시민의 이름을 팔아 환경운동을 한다며 나섰다가 정권의 앞잡이 되어 지금 침묵으로 방조하고 있는 그 비굴한 단체들의 이름을.
내 기억이 희미해진다면,
그때는 이 재앙으로 죽어가는 모든 생명들이, 파괴되고 내몰린 숱한 존재들이 저마다 모두 그 이름을 기억하고 증언할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을 찬성하고 이를 추진한 자들이 사라진 뒤에도
이로 인한 재앙 속에서도 어렵게 살아남은 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그 존재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