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궁대교 물양장 공사 재개 규탄기자회견 후 시청 로비 10시간의 점거 농성>
모를 때는 그저 예쁘기만 했던 새였습니다.
이른 새벽, 하루를 가장 먼저 깨우는 소리가 새소리라는 것도, 잠들기 전 고요 속에서 마지막으로 들리는 소리가 새소리라는 것도, 새를 알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들입니다. 그런데 새를 알고 보니 마냥 예쁘기만 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여름철새, 겨울철새, 텃새, 나그네새.
그저 이름을 외우고 분류하며 시험 문제를 풀 듯 구분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의 삶 또한 우리의 삶처럼 한 편의 인생이었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여름을 나기 위해, 새끼를 낳고 기르기 위해, 새들은 계절을 따라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합니다. 그 여정은 생각보다 훨씬 가혹합니다. 고향을 찾아오듯 먼 길을 날아왔는데, 그곳이 사라져 있습니다. 쉬어갈 곳도, 몸을 의탁할 곳도 없습니다.
지친 날개를 다시 펴야만 하는 순간, 더 이상 날아오를 힘조차 남지 않은 순간, 끝없이 무너져 내리는 그 순간. 아마도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으로 떨어지는 기분일 것입니다.
낙동강하구 하류.
우리는 이곳에서 큰고니를 이야기합니다. 그렇다고 큰고니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멸종위기종이 아니라면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는 듯 말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나마 모두가 알 수 있는 큰고니를 통해 이 땅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실 자연에는 등급이 없습니다. 사람이 편의상 이름을 붙이고 가치를 매길 뿐입니다. 멸종위기종이든 아니든, 희귀하든 흔하든, 생명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존재합니다.
보호의 정답은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은 있습니다. 부산의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가치 있는 자연유산인 것처럼, 가덕도가 그렇고, 황령산과 이기대가 그렇듯,
낙동강하구 하류 또한 그러합니다.
이곳은 부산의 명물이며, 강서구의 보물입니다. 그리고 부산의 깃대종이라 해도 손색없는 큰고니가 해마다 3천 마리 이상 찾아오는 생명의 터전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단지 큰고니 몇 마리가 아닙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이곳에 삶을 의지하는 생명들의 약속이며, 부산이 부산답게 남을 수 있게 하는 마지막 자연의 품입니다. 낙동강하구 하류는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자연유산입니다.